여름 바다의 청량함을 담아 보관하고 싶어요.
사계절 중 가장 싫어하는 순간이 있는 계절은 여름이다.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있는 계절 또한 여름이다. 그래서 여름이 시작될 기미가 보일 때면 우울함과 기대감이 공존하곤 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푹푹 찌는 더운 날과 눅눅한 장마철이 겹치는 날은 질색이다. 딱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기의 날씨. 가장 싫어하는 기간이다. 아침부터 상쾌함이라곤 없고, 바깥에 나가면 미니 선풍기 없이는 못 버틸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어딘가 찝찝하다. 더운 데다 습하기까지. 신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날씨를 만들었을까 싶다.
아, 싫어하는 이야기는 이쯤 하자. 내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바로 맑은 날 탁 트인 바다를 볼 때이다. 다른 계절이 아니라 오직 여름에 보는 바다. 맑은 하늘에 적당한 구름이 있고, 아무것도 없는 바다. 사계절 내내 “바다 보고 싶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데, 내가 이렇게 바다를 좋아하게 된 것도 여름 덕분이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항상 시간을 내서 바다를 보러 여행을 가곤 한다. 한여름의 바다와 피서를 온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과 소리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생각해보면 여름은 참 묘한 계절이다. 가장 찝찝한 기운과 가장 청량한 느낌이 공존하는 계절. 가끔은 상상하곤 한다. 만약 어떤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다면, 새파란 여름 바다를 예쁜 병에 담아 보관하고 싶다고. 푹푹 찌는 여름의 일상 속에서도, 겨울, 가을, 봄에도 한 번쯤 꺼내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