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 한 개도 나눠먹는 재미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는지...
옆자리에 놓여있는 한라봉 한 개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지난주 제주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며 직원들에게 한라봉과 초콜릿을 선물 받은 몫으로 받아두었던 그 한라봉이었다. 며칠이 지나 겉표면이 조금 건조해져 있다. 주인에게 물어보고 더 마르기 전에 먹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말을 하려고 하던 차에 직원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금방 돌아오려니 하며 물로 헹구고 물기를 닦아서 들고 있는데 아직 자리에 돌아오지 않는 주인. 그런 찰나에 위층에 있던 동기가 내려와 주말 잘 보냈는지, 뭘 했는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내 손가락이 한라봉 꼭지를 뜯고 있었다.
아뿔싸!
나도 모르게 들어있던 것을 얘기하면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익숙하게 그것의 껍질을 벗기고 한쪽씩 나누어 주고 있었다.
마치 내 것인 양 아무렇지 않게.
너무 천연스러운 내 모습에 누구도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순간.
"어머, 어쩌지? 내 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껍질을 벗겼어!"
사실은 껍질을 까서 한 조각씩 나눠주고 있었는데 순간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때마침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직원이 그 말을 들었다.
그 직원이 한라봉의 주인이었기에 바삐 움직이던 손이 저절로 멈췄다.
갑자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던 하루에서 지루함은 온데간데없이 날아가버렸다.
오랜만에 잘 웃었다며 피곤이 풀렸다고 난리다.
한바탕 웃고 나니 개운해진 느낌이 들었다나.
오늘은 한라봉 한 개로 솜사탕같이 포근하고 달콤한 하루가 만들어졌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일상 #한라봉 #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