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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하 May 15. 2022

동네 책방 지기의 하루

두 편의 에세이를 쓴 작가 이숙자 선생님과의 만남

아침부터 분주하다. 오늘은  책방지기를 하기로 한 날이기에 일정에 늦지 않게 가야 한다. 처음 하는 책방지기의  하루 일과는 아침 10시부터 시작됐다. 토요일인 오늘 원래의 일정으로는 딸과 함께 할머니를 뵈러 가는 일이 약속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책방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강연으로 열리는 날이라 일정을 조금 뒤로 미루었다. 어차피 아침 일찍은 가지 않을 것이기에 오후에 가면 되는 것이니까. 강연을 듣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녀오리라 마음먹었다. 더욱이 군산지역의 작가와 만날 수 있도록 마련된 강연이니 참석하고 싶었다. 군산 작가 이숙자 선생님 강연이라 참석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일까.


봄날의 산책 책방에서 군산 작가와의 정담을 나누는 첫 번째 강연이  열리는 날에 책방지기라니.. 늦지 않게 가야 한다. 가는 길에 현수막을 찾아가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오늘은 내가 더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기다렸 하루다. 에세이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이제 2년 차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작년 5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딱 1년이다. 글을 쓴다는 것도 사실 과장된 말일 수 있다. 조금씩 끄적거리는 수준으로 브런치에 에세이를 쓰거나 혹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내는 정도로 활동하는 것이 전부다.


동네책방에 도착하자마자 강연장 준비에 왔다 갔다 계단을 오르내리기를 네다섯 번.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현수막을 달고나니 준비는 끝났다.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미리 시청한 사람들이라 누가 왔는지 아직 안 온 사람이 누구인지 주관자는 다 알아서 척척 진행 준비를 했다. 강연이 시작되고 잔잔하게 말씀을 시작하는 이숙자 선생님 말소리에 모두가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군산 작가 이숙자 선생님은 벌써 두 편의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님이다. 올해도 책을 쓰고 있어서 곧 세 번째 책을 내실 예정이다. 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직접 준비해 온 다과와 아카시아 떡을 나눠주었다. 오늘을 위해 뽕잎을 따서 직접 덖어 만든 차와 어제 아카시아 꽃을 따서 직접 만든 떡을 가져오셨다. 이야기가 시작도 하기 전에 입속에 맴도는 뽕잎차의 구수함과 아카시아 꽃의 향기에 푹 빠져들었다.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사람들에 힘입어 수줍은 듯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반짝이는 초록색 나뭇잎 사이로 은은하게 들려왔다. 다도를 배우고 자수와 퀼트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에세이 작가 이숙자 선생님. 글을 쓰면서 많이 유해지고 숨을 쉴 수 있었다니 글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주는 다양함이 많아서 좋다. 꾸준히 글을 쓰는 선생님은 글이 쓰기 싫어질 때는 없는 것 같다. 거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수시로 오마이뉴스에 기사가 올라왔다. 하루하루 정말 부지런히 쓰고 계신다. 한 시간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겨 강연은 마무리됐다.


강연 후의 뒤 풍경은 또다시 분주했다. 모두의 도움으로 제자리를 찾아 책상과 의자 등 물품들을 옮겨놓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책방을 지키기 시작해야 한다. 경기도에서 찾아와 주신 세명의 가족과 동아리 단체손님, 아이들과 나들이 나와 기념사진을 찍는 엄마와 아빠, 연인과 손을 꼭 잡고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커플, 세월호 리본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묵직한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사진작가? 중년의 지긋한 노부부 등 책방에 들러 책을 보고 가는 사람, 책방이 예쁘다며 사진을 찍는 사람, 밖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감탄사를 뱉어내는 사람.


오늘 하루 다녀간 사람들 모두를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은 사람들이 다녀간 봄날의 산책.

웹으로 가 아닌 활자로 된 책을 접한다는 것이, 책 냄새를 맡고 있다는 것이 나의 세포를 깨우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처음 글을 써서 복도 벽에 내 글이 걸렸을 때 그 느낌. 글을 쓰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었을 때 부끄럽지만 좋았던 감정, 독서왕이 되겠다며 경쟁하던 중학교 교무실 도서대출목록, 시를 읊어대던? 흥얼거리던 라일락 향기가 가득했던 봄날의 교정, 좋아하던 국어 선생님을 따라 국문과를 가겠다며 소설을 써서 보여주던 바가지 머리를 한 여고 동창생의 얼굴이 떠오르는 오늘.


글을 잘 써서 쓰는 것이 아니라 계속 쓰니까 잘 써지는 것이지. 많이 읽고 꾸준히 쓰는 것이지.



#책방 #봄날의산책 #작가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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