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과 친정의 어른들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여름을 나기가 점점 힘겨워하신다.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을 버텨내기 위해 기력을 챙겨놓아야 할 시기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있다 보니 간혹 감기 기운이 올라오기도 한다.
양쪽 집안 아버지, 어머니는 동시에 입맛이 달아나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는 때가 있다.
혹여나 이걸 드시면, 저걸 드신다면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드실 것을 챙겨 양손 가득 무겁게 들고 양가에 들르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 식사를 하셨는지 여쭤보니 두 분 다 입맛 없어 안 드셨다고 했다. 이럴 땐 뭐가 좋을지 잠깐 생각에 잠기다 얼마 전 죽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 생각나 죽집에 들르기로 했다.
죽집에 들어가 메뉴판을 살펴보다가 팥죽과 깨죽을 주문했다.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시던 팥죽을 좋아하셨던 아빠에게는 팥죽을 드리기로 했다. 평소에 깨죽을 즐겨 드셨던 시댁에는 깨죽을 주문했다.
팥죽을 보시고는 오랜만에 먹어본다며 언제 입맛이 없었다고 했는지도 모르게 한 그릇 뚝딱 비우셨다. 드시는 모습을 보는 내내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게 드셔주었다.
평소에도 깨죽을 끓여 드실 정도로 깨죽을 좋아하시는 시어머니에게는 깨죽을 사다 드렸더니 "그러잖아도 먹고 싶었는데 잘 됐다"며 맛있게 드셨다. 깨죽 가루를 빻아다 놓고 집에서 끓여 드시곤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귀찮다며 안 한다 하셨다. 좋아하는 만두도 꺼내놓으니 한입 드시고는 맛있다며 곧잘 드셨다. 기운이 없으니 조금이라도 드시고 힘을 내면 좋겠다는 마음에 준비해 간 것이 몇 되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 다가오는 여름이 실감 난다. 땀 흘리며 버텨내야 하는 한낮의 무더위를 한 살 더 드신 어른들이 잘 견뎌내 주길 바랄 뿐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여름을 견뎌내는 것이 더 힘들어하신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영양제를 잔뜩 들고 가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