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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하 Jun 29. 2022

외로움

대화가 필요해

점점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줄어든다. 편안하게 수다를, 말 그대로 일상적이 잡담으로 나눌 일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 대화가 아니더라도 그냥 거기 있어줘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


일주일 중 가끔은 커피 한잔을 나누며 스스럼없이 웃고 농담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잠깐의 '짬'이라는 것이 허락되었으니 말이다. 같은 시간대에 공교롭게도 그랬다.


주말에 있었던 일, 그중에서도 아주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웃음을 같이 웃을 수 있다니 이런 것이 좋은 것이다.

 

아내를, 혹은 남편을 치매로 인해 돌보고 있는 배우자는 이런 일상적인 대화가 되지 않는다. 금방 했던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을 반복해서 말해줘야 한다. 밖에서 일어난 일을 들어주고 같이 공감해주고 화를 내주기도, 대신해서 욕을 해주기도 하고 때론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같이 웃어 넘겨줄 수 있는 상대가 없다. 그래서 외롭다. 더욱이 기운이 빠진다고 한다.


내 몸이 아파서 병원에를 가도 "어디가 많이 아프냐"라고 묻지 않는다. 혼자 감당해낼 몫이다. 물론 그렇다고, 말로 이야기를 나눈다 해서 병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당사자는 더 잘 안다. 그럼에도 들어주는 사람, 손을 맞잡아 주는 사람, 그냥 손등을 토닥여 주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긋이 바라만 봐주는 사람이 간절하다.


사무실에 있을 때 가끔 보호자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언제 방문하냐며 "안부 차 그냥 했다"는 게 전부다. 그럼에도 출장으로 회의나 교육으로 부재중이면 매우 서운해하신다. 어떤 경우에는 부재중인 것이 미안하다. 안부의 말 한마디가 전부다.


"잘 지내시죠? 식사는 챙겨드셨어요?"


그 말 한마디에도 어디엔가는 힘을 주는 에너지가 존재하나 보다. 통화 한 번으로 목소리가 단단해지고 높아진다.


'에효, 이게 뭐라고 자주도 못하는데'


속으로만  웅얼댄다. 정말이지 이게 뭔지 모르는데  이게 뭔지.. 힘이 나게 하는지.


대화를 하고 싶은 건데 그 시간을ㅈ내어두지 못할 때가 많다.

담당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서류업무가 늘어나고 일정이 겹쳐서 시간 여유가 없다는 대단한 핑계가 있어서다.

수화기에 기록되는 발신자 번호가 다인데 그게 또 누구신지 알 수 있으니 마음이 묵직하다.


아직 나에게는 단단한  직업의식이 더 채워져야 하는 걸까.

많이 외로우신 건데. 단지 십 분이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사소한 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줄 사람이 간절한 게 아닐까.


바람소리가 태풍의 존재를 깨닫게 해주고 있는 한 밤의 감성으로 터져 나오는 글 몇 자를 적는다.



#일상 #치매 #노인 #외로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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