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일을 한 것뿐인데 말입니다. 그 외에는 별다르게 해 드린 것이 없는데도 연신 하시는 말씀에는 마음 한편에 찔리는 마음이 있습니다.
"고마워요"
처음 만나고 두 번째에 건넨 한마디에 조금 미안했습니다.
"제가 별로 해드린 게 없어요"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말은 못 했었지요.
매번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곤 했습니다. 댁을 나설 때면 꼭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자주 와도 돼요. 늘 집에만 있으니까 언제 와도 집에 있을 거예요. 아무 때나 와도 돼요."
마음속으로는 자주 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요. 이웃집 놀러 가듯이 마실처럼 들러지지 않고 그럴 수가 없으니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인사말로 노력해보겠다는 말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떠나왔습니다.
길을 잃을까 두려워 혼자서는 문밖에 나가는 것이 겁난다는 그분은 늘 보호자가 들어올 때까지 집에서 혼자 계시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살며시 사무실 문이 열리고 낯익은 분이 찾아왔더랍니다. 살구 몇 알이 들어있는 노란 비닐봉지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가셨네요. 산책 나오신 길에 일부러 살구를 주고 가려고 들렀던 것이랍니다. 마음이 전해져 찡한 울림을 주셨어요. 이런 감동스러움은 늘 부끄럽고 송구스럽지요.
뭐라도 주려고 하시는 두 분은 오늘 손 꼭 잡고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기 위해 시작한 아침운동 "산책"이 크나큰 도움이 되고 변화를 주었답니다.
찡그렸던 인상이 펴지고 우울했던 마음이 밝아져서 서로를 바라보고 챙겨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겼답니다.
가장 힘들어하는 관계 악화가 호전되고 서로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이 보였답니다. 그러니 챙겨주게 되고 쓰다듬어 주기를 시작했다지요.
보고만 있어도 애정이 느껴지고 보이는 두 분의 건강함과 행복이 오래도록 함께 하시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