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놀라기는 했지만 예상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얼마 전 친구의 딸내미 결혼식을 다녀온 터라
여고시절 너무나 착하고 조용하고 성실했던 친구는 우리 중 그 누구보다 결혼을 일찍 했고 아이도 제일 일찍 낳았다.
그 친구는 여고시절 1학년 때 스쿨버스에서 만나 절친이 된 친구이고, 스쿨버스에서 만나 절친이 된 또 한 명이 있다. 그렇게 만난 친구 우리 셋이다. 모두 떨어져 살고 있어서 일 년에 기껏 만나야 한두 번 정도가 전부다.
참으로 인연은 맺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 셋 모두 그렇게 사람들에게 빠르게 다가가는 성향은 아닌데 그 낯선 공간에서 친해진 것은 특이한 일이었다. 시골에서 도시로 간 나는 스쿨버스의 종점에 가까이에서 탔고 읍소재지에 살던 두 친구는 중간 정도에서 서로 다른 곳에서 승차했다. 나는 아침에는 제일 일찍 타고 저녁에는 맨 나중에 내렸다. 한 명씩 타거나 내릴 때마다 "안녕"하며 손을 흔들어 주고 감기는 눈을 다시 감아주면 어느새 학교 승강장이거나 집 앞 종착지였다.
졸업을 하면서 각각 다른 곳으로 가게 됐고 그 뒤로는 가끔 고향 방문을 하면 만났던 것 같다.
글을 쓰고 저장해 놓은 다음 날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울에 사는 친구는 고향에 계신 엄마를 보러 자주 다니러 왔다. 올 때마다 전화해서 가끔 만나곤 하는데 이번이 그런 날이었다.
아뿔싸! 전화를 받지 못했다. 뭘 하느라 그랬는지 부재중으로 남았고 더 아쉽고 안타까운 건 늦게라도 봤을 때 연락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밀려드는 사람들로 정신이 흔들거린 듯 멍한 것이 아마 혼란스러움에 다른 건 잊혀진 것 같다. 결국 만나지 못하고 친구는 서운한 맘으로 서울로 올라갔다. 겨우 일 년에 몇 번 보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보내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