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지역에 2019년 12월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지속되면서 가족과 이웃과의 단절은 긴 시간 지속됐다. 자녀들은 걱정과 근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잔소리를 한다고 했다.
'엄마 절대 어디 나가시면 안 돼요', '누가 와도 만나지 마시고 어디 가지도 마세요', '이웃도 오지 말라고 하고 엄마도 가지 마세요', '그런 데를 왜 가세요, 절대 나가지 말라니까요'라며 시골에 계시는 엄마에게 호통을 친다고 했다.
아들, 딸들의 말에 집에만 갇혀 지내는 어르신들은 우울증이 올 것 같다며 '이것이 빨리 어떻게 돼야지'라며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벚꽃이 활짝 핀 어느 날이었다.
"봄인디 꽃구경도 한 번도 못 가고 꽃잎이 다 떨어지겄네."
한 어르신이 무심히 하신 말씀이 언택트 나들이의 시작을 만들었다. 어르신 3명과 운전하는 선생님 1명이면 딱 4명이니 5명 이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봄나들이를 가기로 약속하고 일정을 잡았다. 군산 지역은 5인 이상 사적모임 집합금지가 5월까지 연장되어 5인을 넘기면 안 됐다.
"차 타는 것이 꼬숩고 젤로 존디..."
▲ 차에 탄 어르신들
드디어 모임 날이 다가왔다. 어르신들은 꽃단장을 하고 7시부터 기다리셨다고 했다. 출발 전 체온을 체크하고 혈압을 점검하고 약을 복용하셨는지 확인했다. 손소독과 마스크 착용까지 확인한 후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오전 9시에 출발해서 은파유원지 제1주차장에 도착한 뒤 걸어서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었다. 다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 차에서 내려 오래 있기에는 쌀쌀한 날씨였다.
"차만 타고 돌아도 나는 너무 좋아. 우리 아들은 차 타고 가고 싶다고 해도 차를 안 태워줘."
"몰라, 나는 차 타는 것이 꼬숩고 젤로 존디 아들은 차를 안 태워준다니까."
바람이 세게 불어 추워서 차에 탔다. 차를 타고 꽃구경을 하려고 움직이기로 했다. 얼굴은 이미 함박꽃이 피었다. 다른 어르신이 뒤이어 말씀하신다.
"오늘 나오니까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아요. 이렇게 나온 게 얼마만인지 몰라요."
"안 먹어도 배불러, 오늘은 암 것도 안 먹어도 돼요."
식사하는 것을 조심해야 했기에 식사를 못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에 곧바로 하시는 말씀이다.
▲ 꽃구경 나선 어르신들
어르신이 사는 서수에서 은파유원지까지 자가용으로는 30분에서 40분 거리, 버스를 이용한다면 3번 갈아타야 하고 2시간 정도 걸려야 도착할 수 있다. 한 번 나오려면 쉽지 않은 이동거리다. 교통수단도 여유롭지 못해 버스를 이용하면 하루 종일 걸려서야 다녀갈 수 있다.
이렇게 한 팀 두 팀 소모임으로 가깝지만 교통편이 불편하여 이동시간이 꽤나 걸리는 곳으로 정해서 차를 이용한 언택트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은파유원지를 시작으로 웅포곰개나루, 금강하구둑, 채만식문학관을 눈도장만 찍고 다시 돌아오기로 한 나들이에 어르신들 얼굴은 꽃이 되었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차에 앉아 있기만 해도 그저 웃음이 절로 나시는지 환하게 웃으셨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쑥전
동네 논둑길을 걸어 꽃마중을 나가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에 난 어린 쑥을 뜯어다가 경로당 마당에 둘러앉아 다듬은 다음 흔하디 흔한 쑥전을 부치기도 했다.
"맛나다, 맛나."
"달다, 달어."
"지금까지 먹은 것 중에 젤로 맛나네."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시며, 평소 소화가 잘 안 돼서 조금밖에 못 드셨던 분도, 입맛이 없어서 밥을 제대로 안 드셨던 분도, 양이 적어서 많이 못 먹는다던 분도 계속 입으로는 향하고 있었다. 오늘 쑥전은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전'이라는 평이었다.
▲ 쑥으로 빚은 화전 논둑에 캐 온 쑥으로 화전을 만들어 경로당 친구들과 함께 나눠먹는 맛은 꿀맛이다.
우려하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어렵게 움직인 나들이가 어르신들에겐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걱정이 안 된 것은 아니었다. 면역력이 약하고, 평소에 한두 가지씩 각자의 지병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시기에 이렇게 모여서 움직인다는 것은 큰 결심이기도 했다. 그렇게 언택트 봄나들이를 무사히 끝마쳤다.
타지에 있는 가족이 오는 것도, 자식에게 찾아가는 것도 조심하느라 자식에게는 '아무도 오지 말아라'라고, '나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라며 말씀하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왜 사실을 말하지 않느냐 물으면 '걱정할까 봐'라는 말씀을 제일 많이 했다.
우리네 부모님의 마음이다. 오늘은 부모님이 생각난다. 식사는 잘하셨는지, 약은 잘 챙겨 드셨는지 안부 전화 한 번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