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해서 처음으로 혼자 지내는 주말을 맞이한 딸아이에게서 카톡 메시지와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이 냄비 이젠 못쓰겠지? 탄 냄비는 어떻게 닦아야 돼?’
‘냄비에 물을 2/3 정도 채우고 식초를 종이컵 한 컵 정도 부은 다음 끓이고 난 후 철사 수세미로 닦아보면 나아질 거야.’
‘식초도 없고, 철수세미는 또 뭔데?’
‘수세미인데 가는 철사를 돌돌 말아놓은 모양으로 되어 있는 수세미 있어.’
‘흠... 사야겠네.’
메시지로 보내온 사진에는 검게 탄 얼룩 자국이 생생히 남아있는 냄비가 있었다. 혼자 지낸 지 1주일 만에 처음으로 오롯이 혼자서 주말을 보내고 있던 터. 그런 자취생에게 냄비에 새까만 자국을 지우는 일은 버거운 일이었다. 저녁이 지난 시간이라 당장 사러 나가지는 못했다.
다음 날 메시지에 사진 한 장이 같이 올라왔다. 까맣게 탄 자국은 얼추 없어졌지만 얼룩까지는 지워지지 않았는지 한쪽에 조금 남겨진 밥알 모양의 얼룩이 남아 있는 냄비 사진이었다. 식초를 넣어 끓이고 철수세미로 닦아내니 이만큼 지워졌다며 좋아했다. 평소에는 공부하러 다니느라 밖에서 먹는 날이 많았다. 주말에는 집에서 쉬면서 직접 밥을 해 먹는다고 했다. 그런다며 전기압력밥솥을 사준다고 해도 마다했다. 전기레인지에 냄비에 밥을 해 먹겠다며 결국 냄비를 구입했다. 딸아이의 첫 냄비 밥은 까맣게 탄 눌은밥을 만들어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와 함께 자취를 했다. 그때의 나도 밥을 해보지 않았었다. 그때는 급식이 없었다. 점심과 저녁 식사를 도시락을 싸와서 먹어야 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을 때는 잘 몰랐었다. 자취생이 되니 직접 도시락을 싸느라 아침마다 전쟁이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을 해야 했고, 각각 두 개의 도시락을, 모두 4개의 도시락을 싸야 했다.
혼자 살아보는 게 해보고 싶다며 독립한 지 일주일 지난 시점에 냄비를 태우고 어쩔 줄 몰라하는 딸아이를 생각하니 그때의 내 모습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도 나는 둘이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고 동영상을 보면서 살림의 지혜를 터득해 나가는 모양이다. 요즘은 카톡 메시지가 잠잠해졌다. 사 먹은 햇반은 안 먹는다며 주말마다 밥을 해서 한 그릇씩 통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분리수거를 하느라 주말마다 쉴 틈이 없이 바쁘다며 하소연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공부하랴 살림하랴 여가시간도 없고 친구들 만날 시간도 없어 삶의 여유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일도 없어졌다. 사는 게 만만한 게 하나도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다 해결해야 하니 너무 버겁다던 그 아이는 이제 독립에 적응이 되어가는 듯하다.
자신의 삶이 혼자였던 것처럼 이제는 삶의 공간까지 오롯한 혼자가 되어가고 있다. 밝은 빛을 보게 되고 점점 미소가 많아지고 있는 너를 보며 나도 웃는 날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