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옆방 언니는 사랑을 했었나 보다.
처음 해 본 자취생활 1년의 추억
시골에서 시내로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이 힘들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와 자취를 했다. 자취집에는 방이 몇 개 있었고 그중에 한 칸을 우리가 사용했다. 부모님은 걱정이 돼서 집까지 와서 확인하고 주인까지 만나고 나서 자취를 허락해주셨다. 우리가 살 옆방에 대학교에 다니는 언니 2명이 살고 있어서 더 안심이 된다고 했다.
어느 날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저녁이었다. 시험기간이라 친구와 나는 공부를 한다며 방에 드러누워 책을 보고 있었다. 공부를 한다면서 드러누워서 책을 본다는 것은 사실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겠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보니 부활의 노래였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빗소리처럼 구슬프게 들려왔고 그 노랫소리에 섞여 언니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언니는 대학교 졸업반에 다니는 중이었다. 대학교도 시험기간이었을 텐데 언니는 공부는 안 하고 라디오 소리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도 마지막 콘서트, 희야 등 부활의 노랫소리는 가끔 들려왔다.
어느 날 언니는 술을 마신 것 같았다. 고등학생인 나는 술을 마신다는 것이 어색해서 깜짝 놀라서 물었다.
“언니, 술 마셨어요? 왜요? 무슨 일이에요?
“응”
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옆에서 언니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한참을 방문 앞에서 그렇게 흐느끼던 언니가 방으로 들어갔다. 친구와 나는 언니가 취업을 해야 해서 고민이 많다고만 생각했다.
겨울이 왔을 때 나는 자취를 그만두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치위생과에 다녔던 언니는 서울에 있는 치과에 취직이 돼서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언니와 나는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헤어졌다. 그 이후 나는 부활의 노래가 나오면 언니 생각이 많이 났다.
그렇게 1년을 지내다 보니 집이 너무 그리웠다, 3학년이 공부해야지 왜 다시 집으로 들어가느냐고 모두가 말렸지만 나는 자취생활을 접고 집에서 학교를 통학하기로 했다. 대학 입시를 치르고 나는 서울 언니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사실 부모님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 놀러 간다며 가서 안 내려온 것이다.
서울에 있으면서 자취방 옆방에 살았던 언니와 연락이 닿았다. 언니가 일하는 치과 위치를 알려주고 놀러 오라고 했다. 나는 시간을 내서 언니에게 놀러 갔다. 그렇게 몇 번을 만났을 때 자취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언니는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했던 학교 선배가 있었고 그 선배는 언니의 마음을 몰라줬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는 시기가 언니가 부활의 노래만 나오면 울던 그 시기와 딱 맞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 그렇게 술을 마시고 울었구나'
언니는 지금은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그런 생각은 추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그 뒤로 언니를 만나지는 못했었다.
언니는 지금쯤 잘 살고 있겠지? 언니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흐릿하지만 나는 그때 처음 들었던 부활의 노래를 잊을 수가 없다. 한동안 나도 언니가 취했던 것처럼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취했던 기억이 난다. 언니가 불렀던 그 노래들은 지금도 나에게 들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