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게 며칠 째 카풀을 하게 됐다. 4월에만 두 번째다. 군산에서 임피까지, 임피에서 군산까지 출퇴근을 같이 했다. 아침에 사무실까지 데려다주고 저녁에 퇴근할 때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카풀 운전기사는 남편이다. 타고 다니던 남편 차 엔진이 고장 나서 수리비용이 높게 나와 바꾸게 되었다. 차를 팔고 사는 날짜가 맞지 않아 일주일 간 카풀을 했다. 차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정이 생겨 다시 일주일 정도 카풀을 하게 됐다. 카풀을 하게 되니 아침에 괜히 바쁘다. 남편 출근시간은 7시, 나는 8시 30분. 남편은 내 출근 시간을 기다렸다.
남편은 퇴근시간도 1시간 30분 빨라졌다. 남편은 군산에서 1시간 30분 거리로 출퇴근하고 있다. 직장에서 임피까지 오려면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해야 했다.
출근을 같이 하는 둘째 날이었다. 남편은 조금만 늦어져도 고속도로 상황에 차이가 많이 난다며 늑장을 부리는 나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나는 같이 안 타겠다며 렌터카를 빌리라고 했지만 빌리지는 않았다. 2주 정도 예상했던 카풀 기간이 짧아져 일주일 만에 종료됐다.
같은 달 4월에 다시 두 번째 카풀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회사에서 외부일이 많아 차를 많이 쓰는 나는 사실 카풀은 불편했다. 기관차가 있지만 작년 교통사고를 겪고 난 후 그 차를 다시 타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 같은 것이 생겼다. 할 수 없이 자차를 이용하여 외부상담을 나가고 있었다. 카풀 덕분에 당분간은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다음으로 미룰 수 있는 것들은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5시 30분, 하루 업무를 마무리하는 정신없던 시간에 진동이 울렸다.
'왔다'
그저 한 단어로 끝났다. 웃음이 났다. 남편의 문자는 평상시에도 간결했다.
'저녁 먹고 간다', '회의 중', '친구 만남', ‘낚시하고 감’
지금은 익숙함에 이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낯설고 무뚝뚝했다. 조금은 살갑고 다정한 말투를 상상했던 것 같다.
‘엄마 도착’, ‘밥 먹자’, ‘나올래?’, ‘어디?’
나도 그렇게 변해갔다. 지금은 둘이 비슷해졌다. 내가 남편을 닮아갔다고 생각했다.
저녁 6시, 오늘도 그렇게 이 기사님 운전하는 차에 타고 퇴근을 했다. 하늘, 바람, 풀, 나무, 노을, 아침햇살, 패러글라이딩, 저녁노을, 해넘이 등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보조석에 앉으니 보이는 것들이 많다.
퇴근길 조수석에서 바라본 석양으로 향해가는 하늘빛
하늘에 떠있는 작은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출퇴근길에 앞에 차선과 차들을 바라보느라 하늘에 패러글라이딩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근처에 오성산 패러글라이딩 장소가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옆에 있으니 보이는 것,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손과 귀와 눈이 자유로워졌다. 가장 자유로운 것은 생각과 감각이 자유로워졌다.
멜론에서 음악을 선곡하고, 휴대폰에서 읽고 싶은 것을 검색해서 오가는 내내 여유를 즐겼다. 옆에서 들리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곧바로 눈은 휴대폰을 향했다. 남편은 그냥 웃고 말았다. 이 시간이 이제는 정말 편안해졌다.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다.
사흘만 지나면 카풀은 끝날 것 같다. 오감과 내 손의 자유로움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도 남편과 퇴근길을 같이하며 마트에서 시장을 봤다. 남편과 딸아이의 저녁 식단은 삼겹살에 김치찌개다. 나는 저녁 회의 모임이 있어 남편을 내려주고 약속 장소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