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내?라는말을 하지 않았다.

너는 요즘 어때? 잘 지내니?

by 정아

얼마 전 직장에서 만난 지인이 대학 입시와 관련된 채널을 개설하고 유뷰버가 되었다. 구독신청을 하고 ‘좋아요’와 댓글을 달았다. 간혹 유튜브에 들어가면 잊지 않고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다시 연락이 왔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댓글이 그렇게 중요한 줄 몰랐다고 했다. 군산에 오면 연락한다고 했다. 오랜만의 메시지로 수다를 마무리하며 딸아이의 안부도 주고받았다.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고 나니 꼭 딸의 안부를 물었던 다른 한 사람이 떠올랐다. 얼마 전 전화가 왔었는데 받지 못했다. 전화를 한다는 것이 깜빡해서 그냥 지나쳤다. 늦었지만 연락을 했다. 아이 둘이 있는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오빠와 함께 누워있는 해맑게 웃는 아기의 모습이 마치 천사의 모습 같았다. 늦둥이 딸을 낳았다. 축하한다는 말과 몇 마디 말이 더 오고 가고 나서 꼭 물어오는 말이 있다.


“해진(가명)이는 잘 지내요. 요즘 어때요?”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어요. 바쁘게 사는 것 같아요”

“자기 일 알아서 잘하는 애니까 지켜봐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지인은 딸아이의 상담을 했었기에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 항상 나보다 더 딸을 걱정하는 말을 했다. 전에도 그 전에도 꼭 안부를 확인했다. 딸아이를 많이 걱정해주고 용기를 줬다.


돌아서 생각해봤다. 나는 한 번이라고 딸에게 ‘괜찮니?’라는 말을 했는지, ‘잘 지내니?’라고 물었었는지 생각했다. 나는 그냥 네가 잘 지내겠구나, 너는 잘 지내고 있을 거고, 스스로 잘 이겨낼 거라는 믿음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입 밖으로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표현은 늘 아끼거나 서툴렀다. 너에게 그냥 한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었다. 네가 나약해지고 마음이 흔들릴까 봐 그러지 못했다. 그런 너는 항상 이렇게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엄마는 늘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상냥한데 유독 나한테는 친절하지 않아요”

“나한테는 말할 때도 화난 목소리로 말하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말씀하시잖아요”


언젠가 아이가 잘못한 일을 꾸짖고 있을 때 마침 같은 반 친구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통화를 마치고 ‘잘 지내’라며 통화를 하고 끊었다. 그때 딸아이는 말했다.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화를 냈으면서 전화가 오면 목소리가 금방 바꿔서 웃으면서 상냥해질 수 있어요? 엄마는 이중인격자예요!”


그렇게 나는 이중인격자로 지금까지 포장하면서 살아왔나 싶었다. 며칠 전 딸아이는 저녁을 먹으며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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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9시에 경암동 뉴욕버거 앞에 데려다줄 수 있어요? 중고거래하는데 혼자 가기가 그래서요”

“엄마 아침에 강의 있어서 9시에 나가봐야 되는데, 아빠한테 데려다 달라고 할래?”


중고거래를 자주 이용하는 딸아이는 사고팔고를 계속했다. 요즘 남편은 휴가를 내고 쉬고 있다. 딸은 아빠에게 얘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나와 남편은 외출 준비를 마쳤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 딸은 아직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더니 아직 한밤중이었다. 이불을 세게 걷어내며 딸을 깨웠다.


“얼른 일어나, 8시 반이야! 9시까지 가야 한다더니, 아빠는 준비 끝내고 기다리고 계셔”

“아침 아니고 저녁 9시예요”

“헉. 저녁이라고 말을 했어야지”

“난 아침이라고 한 적 없는데요”


걷어낸 이불을 다시 온몸을 감싸며 실눈을 뜨며 하는 말이었다. 아침이 아니고 저녁 9시였다. 아침이라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오전인지 오후인지를 물어보지 않고 아침이라고 단정 지어서 혼자 생각했던 것이다. 저녁에 데려다 주기로 하고 나는 약속된 일정이 있어 먼저 집에서 나왔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나는 딸이 중고거래를 하기로 한 장소로 함께 나갔다. 골목길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고 딸아이는 혼자 나가서 중고거래를 하고 왔다. 서점에 가자고 했다. 가게가 모두 9시에 문을 닫고 있어서 이 시간에 문을 연 서점은 한 곳도 없다. 서점에는 내일 가기로 했다. 오고 가는 차 안에서 딸에게 물어봤다.


"요즘 어때? 뭐하고 지내, 잘 지내?"

"그냥, 질 지내요"


딸아이를 아는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물어본다. “딸은 잘 지내고 있어? 어때 마음은 편해?” 그 말에 나는 생각해본다. 내가 더 많이 이해해주고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그 말을 지금껏 해주질 않았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고 싶지만 우리는 ‘개와 고양이’ 같아서 이야기가 쉽지 않다. 내가 뜻하는 바와 아이가 받아들이는 것이 달랐다. 나 혹은 딸이 ‘개냥이’가 되면 좋으련만 그건 내 바람일 뿐이다.


오늘은 내가 서점에 다녀오는 길에 멋진 카페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고 한다. 오늘만큼은 내가 ‘개냥이’가 되어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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