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서 이젠 흔히 볼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노인들은 더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평소 우울증이 없었던 사람에게도 우울증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 우울증약을 먹다가 안 먹게 되었는데, 다시 우울증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요즘 같아서는 우울증이 없다가도 생기겠다며 사는 것이 감옥같이 갑갑하고 답답해서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3월에 처음 우울예방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두 번째 회기에 접어들어 평소 듣고 싶었던 별명이나 반려식물에 멋진 이름을 한 번 붙여달라고 했을 때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다반사였다.
“내가 애간 디 이런 거 하라고 혀, 누가 이런 거 하라고 했댜. 가서 말혀 난 우울증 없다고 이런 거 안 한다고, 이런 거 하려면 이제 오지 말어!”
“내가 초등학생이간 이런 거 하라고 혀, 나 안 혀 안 한다고!”
“나는 안 할 거여 대충 알아서 대신 혀, 난 글씨 못 써, 대신 써봐”
이런 반응들이 많아서 진행하는 내내 힘들다고 호소하는 말이 많았었다. 어느덧 활동이 중반을 넘어갈 즘 어르신을 만난 후 선생님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가슴이 찡해 옴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 나에게 스스로 아주 잘 살았다고 고생했다고 한마디 해 주지 못하고 자식 걱정만 하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니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이 흘러간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아빠로, 엄마로, 남편으로, 아내로, 자식으로 살아오는 동안 나를 돌아볼 여유는 없고 오로지 자식을 위해 배우자를 위해 부모님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조마조마하며 살아낸 세월이었다고 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전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는 시간을 갖기고 하고 편지지와 색종이를 챙겨 카드를 만들고 편지를 쓰기로 했다. 편지를 써야 한다는 말을 들은 어르신은 ‘내 평생 80이 넘게 살아오면서 편지는 처음 써보는 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라며 시작도 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색종이를 접고 편지를 쓰는 모습이 즐거워 보입니다
먼저 색종이를 접고, 오려서 카네이션을 만들고 색지를 접어 카드를 만들면서 당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 다움부터는 어려움도 잠시 잊고 글을 써내려가 당신 스스로 살아온 날들에 대해 감사편지를 썼다.
말순이에게
말순(가명)야 할 말이 없다. 말이 안 나온당 게. 항시 새끼들 그늘에 살지.
나 사는 것이 이렇게 사는 거지.
그래도 고생 많았다. 수고 많았다
감사하다. 고맙다.
인숙(가명)아, 나랑 사느라 고생 많았다.
고맙다.
왜 자꾸 아프니 아프지 말고 끝날 때까지 우리 같이 가자.
고맙다, 사랑해.
봉순(가명)이에게
정금에 숱한 세월이 지나간 세월을 뒤돌아보면 너무나 많은 사연이 있었는데
많은 아픔도 많았고 고생도 많았네.
이제는 구름처럼 흘러갔고 남은 생은 오월에 에메랄드 색에 녹색을 계절처럼
푸르고 활기찬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자.
순자(가명)야
지금까지 살아내느라 고생 많았다.
그런데 앞으로도 더 잘살아보자.
아프지 말고 잘살아보자.
고생했다. 사랑한다.
내가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환자취급 당하는 것 같다며 ‘내가 우울증 환자인줄 아느냐’, ‘우울증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왜 나를 환자 취급 하냐?’라며 심한 거부를 했다. 지금에 와서는 ‘다음에는 어떤 거 할 거여? 생전 처음 색종이로 꽃을 다 만들어 보네, 나한테 편지를 어떻게 써, 난 편지 한 번도 안 써봤는데 재미있네.’라며 다음을 기다리고 계셨다. ‘평생 안 해본 것을 많이도 해 본다’며 신기해하시는 분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내면에 있던 자신의 즐거움을 찾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었다는 것으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애들이 하는 것이라고 묵인하면서 내 안에서의 즐거움은 배제하고 자식들만을 위해 모든 생각과 경제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아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조금씩 웃음을 찾아가는 모습은 소년, 소녀 같으셨다. 웃음이 가득 한 얼굴로 어제의 즐거운 일상의 대화를 나누며, 남은 시간동안 자신의 노년을 위한 삶을 살아가면서 잊혀졌던 즐거움과 행복을 자신 안에서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