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사수에게 고마워하는 시간을 잠시 가져볼까요..?
· 비전공자의 생각노트란?
비전공자의 생각노트는 비전공자로서 살아온 저의 경험과 세상을 바라보는 견해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비전공자로서 생각하는 비전공자의 장점
첫 번째.
비전공자이기에 다른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저는 화학과지만 음악에 관심이 많아 혼자서 음악을 공부하다가 전혀 다른 전공 분야인 ‘작곡’을 통해 k-pop 작곡가로 입봉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곡가로 데뷔할 때는 실용음악 혹은 A&R같은 필드지식은 전무했고, 그저 제가 듣기 좋은 음악에 대한 취향과 감각만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 저는 k-pop보단 외국 팝을 주로 선호하는 리스너였고, 제 음악을 들은 현직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요즘 k-pop 문법이랑 너무 안맞아. 너 노래는 너무 팝(=외국 노래)스러워.’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입봉을 했던 2020년도 당시에는 블랙핑크가 정점을 찍은 시기라 업계의 모든 걸그룹들은 모두 블랙핑크와 같은 강렬한 ‘걸크러쉬’ 풍의 노래만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팝을 즐겨 듣던 제가 만든 노래는 걸크러쉬처럼 팡팡 터지지 않고 그저 듣기 좋게 흘러가는 이지리스닝이라 ‘시장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한 외국 작곡가가 우연히 제 비트를 듣고 는 ‘어, 좋은데요?’ 라고 하고 같이 작업을 하게 됐는데, 훗날 알고보니 그 작곡가가 현 뉴진스의 메인 작곡가로 활동 중인 ‘Ylva Dimberg’씨 였습니다. 결국 이 노래는 3년이 지나고 뉴진스의 작곡가가 쓴 곡이라는 후광효과를 입어 엠넷의 한 경연 프로그램의 타이틀 곡으로 팔리게 되었습니다.
해당 곡 'PICK on the top - Charismatic'
https://www.melon.com/song/detail.htm?songId=36459974
두 번째.
비전공자들의 폭넓은 경험은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
제가 생각하는 비전공자의 장점 중 하나는 ‘폭넓은 경험’입니다. 그리고 폭넓은 경험은 갈등 상황이나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보다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해 줍니다. 가끔 전공지식에만 천착하거나 매몰되는 사람들은 전공지식만이 최고의 가치라 여겨 타 지식은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선민의식에 쉽게 빠지는 것을 저는 수도 없이 봐 왔습니다. 쉬운 예로 인문서 혹은 자기계발 서를 유독 극혐하는 사람들의 경우나, 혹은 개발팀에선 마케팅팀을 까고, 마케팅 팀은 영업팀을 까고, 영업팀은 개발팀을 까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저도 학교생활만 했을 때는 제 지식을 보여주는 것만이 제가 인정받을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전문지식을 보여주는 것 보다 갈등상황이나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나무보다 숲을 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때 타전공 혹은 타업종에 대한 이해나 경험도 그러한 능력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티브 인물로도 유명한 ‘안나 윈투어(Anna Wintour)’ 역시 20년 이상 한 위치에서 보그를 이끌어 온 수장으로서 전문성을 강조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녀가 한 명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마라’입니다.
세 번째.
비전공자가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비전공자는 주변에 인맥, 멘토가 없어서 처음엔 정치의 대상이 쉽게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에휴, 니가 비전공자라서 그렇지... 뭘 알겠냐’라는 식의 비난을 듣는 것이 너무 당연시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정치 속에서 잘 버텨내기만 한다면, 나중에 실력이 쌓였을 때 ‘비전공자’라는 타이틀이 그 사람의 캐릭터가 될 때도 많습 니다. ‘쟤는 비전공자라 아무것도 몰라’에서 ‘저 사람은 비전공자인데도 저 위치까지 갔어.’라는 식으로 평판이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네 번째.
돌아갈 자리가 있는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실제로 제가 창작업계인 작곡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학업생활을 같이 해 본 결과, 의외로 ‘양다리’를 걸칠 줄 아는 능력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 습니다. 제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음악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너 그렇게 하나에 올인하지 않고 이것저것 다 들쑤시고 다니면 성공 못 한다’란 소리였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음악을 하고 싶다면 학교를 관두라고 월권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에서는 마치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천재성이나 열정에 모든 것을 올인하여 베팅에 성공한 것 마냥 묘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업계가 그러하듯, 업계 자체의 태생적인 한계나 사이클의 변화가 찾아오면 업계 자체가 주저앉는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는 쪽은 90%가 아니라 대부분 10%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너가 실력을 쌓아서 10%에 속하면 되잖아’라고 하기도 합니다. (경험상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본인도 90%에 해당하면서 10%에 자아의탁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 실력이란 것 안에 인맥, 재능, 혈연, 지연, 빽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절대적인 노력으로만 성과를 증명받을 수 있는 곳은 ‘학교’ 뿐입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중요한 것 은 나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차별화해서 살아남느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처럼 ‘아니? 무조건 악으로 버티면 성공하는데?’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럼 다른 쪽도 보험으로 알아볼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경우에 후자가 정신적으로 타격을 덜 입습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타격을 덜 입으니 실제로 오래 버티는 쪽은 이쪽입니다. 제가 저만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성공’ 혹은 ‘버텼다’는 말은 사실은 지나고 나서야만 알 수 있는 무의미한 결과론적인 외침일 때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성공’의 본질은 지속가능함에 있습니다.
사실은...
어떤 분들은 앞선 글들을 읽고 ‘그래서 이게 비전공자만 가지는 장점들이야?’라고 반문하실 수도, 제가 궤변을 늘어 놓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제가 말한 장점들은 전공자들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장점들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전공자가 가지는 장점들도 비전공자들이 충분히 노력하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이 많습니다. 사실 전공/비전공이 주는 장점은 절대로 당신의 ‘실력’ 혹은 ‘적성’을 뛰어넘는 차이를 가져오지 못 합니다. 그럼에도 어떤 분들은 ‘전공’이 비전공자들은 가지지 못 하는 ‘전문지식’을 4년동안 배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전공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바로 취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거나, 혹은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 되신다면 절대절대, 절대로! 이직이나 퇴사는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건 당신의 사수가 정말 실력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현자급의 인성을 가지고 있어서 당신이 모르게 넘어갔을 확률이 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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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인가요? (@김파보, foundboy)
저는 서강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면서 대학생활동안 취미로 작곡을 시작하였고, 스물네살에 k-pop 작곡가로 데뷔하였습니다. 또한 데뷔 후에는 총 5곡의 k-pop 음원을 발매하고, 4곡의 자작곡을 발매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꾸준하게 인디펜던트(independent)로서 음악활동, 영상, 디자인, 글쓰기 등 학업과 창작활동을 병행하며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비전공자라는 이유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답답하고 막막하신 분들
- 좋아하는 일 혹은 열정을 갖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계시는 90년대생 분들
- 전문지식에서 벗어나 경험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찐 인사이트가 필요하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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