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무슨 물건인가?-09
"예술이 뭐죠?"
"예술을 묻기 전,
바로 그거지."
"네??"
"묻는 놈이
밖을 보고 있구나."
"...."
"음.. 예술이란,
존재가 피어나는
일이다."
"... 네.
존재가 피어난다는 게
뭡니까?"
"그림이 저절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 거지."
"그냥 두면...
엉망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해본 적 있나?"
"아뇨. 그냥...
그럴 것 같아서요."
"그럴 것 같다는 것과
실제는 전혀 다른 거지."
자네의 말은,
그림을 나오는 대로
내버려 두면,
속에 감추고
있는 것들이 튀어나올까 봐
걱정되는 거겠지.
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해보기 전엔
모르는 법이야.
하지만
자네가 모든 걸
맡겼는데,
잘만 된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겠지.
그래서 중요한 건,
두려움을 피하지 않는
태도야.
그게 유한에서 무한으로
도약하는 길이라네."
"... 네."
"좋아. 자네가
예술이 뭐냐고 물은
본래 뜻은 뭐지?"
"진실한 예술이란
무엇인지... 그걸 알고
싶었습니다."
"찾으려 하면
보이지 않고
찾지 않으면
저절로 드러나는 거지."
"???"
"음.. 굳이 말하자면,
진실한 예술이란 안팎이
맞는 거야."
"안팎이 맞는다는 건...
속과 겉이 같다는 건가요?"
"그렇지.
네가 마음에 있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했으면
그게 안팎이 맞는
진실이지.
진실이란,
사람들이 '진실이 있다'라고
믿는 개념일 뿐이야.
그것은 단지
이름에 지나지 않아.
진실한 사람에겐
'진실'이라는 것이
따로 없어.
그래서 진실이라 부르지."
"무슨 말씀인지...??"
"본래 모든 것은
진실하지.
선은 선대로,
악은 악대로 흐를 뿐.
만일 의심이
올라와 분별이 생겨
갈등으로 번질 때,
그때는
그런 줄 알아차리고,
갈등의
에너지를 아우르며
그려나가면 돼.
그렇게 하면,
그 자체로 진실한 거지."
"의심을 부정하며
진실을 찾으려 하니,
오히려 진실에서
멀어지는 거군요."
"그렇지. 저기 꽃을 보게,
저 꽃은 진실로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습니다."
"저 꽃과
자네의 차이는 뭘까?"
"음... 저 꽃은
저처럼 고민이 없겠죠."
"그렇지.
저 꽃은 분별이 없기에
진실한 거고,
자네도 갈등을 알아차리고
분별없이 한다면,
그 또한
진실한 거야.
그걸
무심(無心)이라 하지."
"무심이요?"
"무심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분별에 머물지
않는 걸 말해.
무심은 어려운 말이 아냐.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
우리는 생활 중에서
'너 왜 그렇게 무심하니?'
하는 적 있잖아.
무심과 유심의
차이는 마음에 집착이
있느냐 없느냐 일뿐,
본질은 같아."
"그렇다면
갈등이 올라오더라도
휘말리지 않고,
하던 대로 해나가면
그 또한 진실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감정이나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면
그게 진실한 거지.
심지어 의도적으로
갈등을 선택하더라도,
알고서 한다면
그것 역시 진실한 거고."
"그렇다면...
제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도
그림이 되겠군요?"
"맞아. 감동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일어나는
법이지."
자네가
아무리 마음대로
그린다 해도,
자네보다 훨씬
더 엉뚱하게 그리는 사람들도
세상엔 많을 거야.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그리고 설령
그렇게 했는데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역시 실망할 필요 없어.
왜냐하면
자네는 이미 자신에게
진실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족하지
않겠나?"
"네. 무슨 말씀인지
알 거 같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마음대로 해봐야겠어요."
"하하. 좋아,
하지만 마음대로
하겠다는
마음만은 억지로
내지 말게.
'응무소주 이생기심.'
(應無所住 而生其心)
이라 했어.
머무는 바 없어야
그 마음이 일어나는
법이니까."
"그 마음이요?"
"응. 바로 그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