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과 이상(異常);글쓰기 수업 2

< 동네 여행 >

by 김기원

가지 않았던 곳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것이 여행이라면, 이제 어디로 가서 무엇을 보아야 할까? 직접 디디지는 못해도, 보지 못할 것이 없는 시절이다. 남의 돈으로 떠나는 여행이 우후죽순처럼 전파를 타고, 낯선 것을 찾아 처음 보는 곳으로 너나없이 떠난다. 지도에 손만 대면 그곳의 사진들과 정보들이 굴비 두름처럼 엮어져 나온다.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 여권도 운전도 필요 없는 곳으로 떠난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을 듯한 깊고 긴 길을 따라 걷노라면 손을 대도 나오지 않는 모습들이 반기고 있다. 익숙하다는 착각 속에 발견된 적 없는 새로움이 불쑥 나타난다. 이 여행에는 반드시 찬찬한 걸음과 돋보기 같은 눈을 가지고 가볍게 떠나야 한다. 동네라 불리는 이곳은 전 세계 유명 탐험가들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어제는 뾰족한 고깔을 쓰고 있던 새순들이 오늘은 제법 아가의 오그린 손만큼 자랐다. 겨우내 호떡집 불난 듯 열심이던 호떡 노점은 따뜻한 바람에 실려 갔다. 유치원 담장을 따라 늘어서 있던, 고사리 손으로 쓴 것이 분명한 새해 인사는 입학 축하 인사로 바뀌었다. 찬바람이 분다고 서늘하게 서걱대는 대나무들의 땅에는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푯말이 점령군처럼 서있다. 사시사철 푸른 잎을 자랑하는 찻집 앞 키 작은 관엽들이 바르르 몸을 떨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어제까지 없던 것들이 오늘은 있고, 분명하던 어제가 오늘은 없다. 알아채지 못했던 어제를 아쉬워하고, 새로운 오늘을 반가워하며 가볍게 발길을 옮긴다. 오늘의 눈을 가지고 동네 여행을 떠난다.


수영을 배우기 전, 운동 삼아 다녔던 산책길은 늘 새로움이 가득했다. 같은 길이라도 같지 않았다. 산책 길의 기억을 글쓰기 수업 두 번째 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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