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널브러져 여유를 즐기고 있는 나와 그런 나보다도 더 태평하게 소파 밑에 드러누워 있는 뭉치 빼고는 텅 빈 거실이었다. 커다란 거실에서 조용히 흔들거리는 수풀을 큼지막한 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일에는 작은 방에선 쉽게 나지 않는 운치가 있었다. 한 손으론 이북 책장을 넘기고, 다른 손으론 뭉치를 쓰다듬는다. 뭉치는 이따금씩 자세를 바꿨다가도 허공을 맴도는 내 손 밑으로 자신의 머리를 스치듯 집어넣는다. 쓰다듬어달라는 말인가. 하며 부드럽게 뭉치의 귀와 이마와 정수리를 빗질해본다. 그럴 때면 뭉치는 가끔 머리를 쭉 빼고 내 손가락을 열심히 핥는다. 나도 사랑하고 믿는 이 옆에 누워 이따금 따뜻한 혀로 손마디 마디를 부드럽게 핥아주고 싶다. 그렇게 내 애정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뭉치한테도 똑같이 해주고 싶지만, 그건 여러모로 좀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