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가는 기차.txt

뜻밖의 위로

by 감성호랑이




조금은 지쳐있었나봐 쫓기는 듯한 내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순천행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를 들으면 내 귀에는 항상 순천으로 들렸다.

순천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가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경남에 사는 나에게 춘천보다는 순천이 더 가까운 곳이라서 그랬던 것인지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전 드디어 순천에 다녀왔다. 노래의 가삿말처럼 기차를 타고 간 것은 아니지만, 쫓기는 듯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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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은 참 평화로웠다.

초록색 갈대밭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었고,

바람은 조용하게 불어왔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진 않았지만,

답답했던 가슴을 풀어주기에는 적당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처를 몰랐던 요즘의 내 모습이 잠시 떠올랐을 때

지나가는 바람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저기 산너머서 여기로 날아왔단다. 내일은 저기 보이는 바다 너머로 날아갈 거야.

너는 어디서 왔니? 어디로 갈거니?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가보지 않은 길로 떠나보렴.

새로운 곳에 간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야.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잖아!"


수다쟁이 바람은 금세 자리를 떠났다.

나는 제자리에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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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들 소리가 들려왔다.


바스락바스락

사르륵사르륵


별것도 아닌 소리에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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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들려오는 갈대들의 응원소리에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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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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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갈대들과 갯벌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작정 나섰던 길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았다.








순천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어제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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