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재회

거룩한 부고장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거룩한 부고장


눈비가 섞어 내리는 날씨가

체감온도를 끌어내리며 무릎을 시리게 파고든다.

아직 쓸어내지 못한 낙엽들이

도로 위를 제멋대로 굴러다니며 배수로 주변에 모여든다.

강풍경보를 배경으로 한꺼번에

낙하를 시작한 잎들을 처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찾아온 겨울이 첫눈부터 폭설을 예고한다.

깡마른 칠엽수 잎새에 새겨져 있던

예견된 부고장들이 날아들어오는 것도 이즈음이다.

죽음과 삶은 항상 준비된 경계선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이다.

늦가을에 낙엽이 지는 것처럼,

만기가 도래한 겨울에 비가 눈으로 교체될 운명인 것처럼

인생은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새로이 태어날 생명에게

살아왔던 공과를 넘기는 순환은 삶의 법칙으로 굳어진다.

한 사람의 생애를 추억으로 전송해 달라는 부고장이 거룩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괄약근이 약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