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어쩔 수가 없다
눈이 뜨거워지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었다. 쓰지 않던 손수건을 꺼내서 네모 반듯하게 접어 손에 쥐어들었다. 살아온 세월이 예외 없이 모여들어 수건에 정사각형으로 접혀있는 듯하다. 한 시절마다의 삶이 한 면, 한 면을 차지하고 자리를 잡는다. 순탄하지 않았으나 지나고 보니 손수건에 새겨진 격자무늬처럼 밋밋하다. 눈물이 저절로 눈시울을 넘어섰다. 눈자위가 아마도 붉어졌겠다. 눈초리가 찐득찐득 해진다. 뺨으로 흘러가지 못한 눈물은 눈꼬리에서 잡히고 만다. 침침함의 정도가 지독해진 눈을 모시고 안과로 급히 가서 진료를 받았다. 곧바로 수술대에 올라가 누워야 했다. 백내장 수술이 끝나고도 한 달 여가 지났지만 눈물은 시시로 넘쳐나서 멈출 기미가 없다. 실핏줄들이 끊어져 건조증이 심해지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안구를 감싸고 나오는 눈물은 차갑지만 눈주위는 뜨겁기만 하다. 살아가면서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최선의 예를 다해 뜨거워지라고 눈불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 눈가엔 난 불을 끄기 위해 연신 주변을 찍어내느라 손수건이 흥건해진다. 생의 잔정들이 이토록 달궈대는 것이라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