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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부터의 독립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가을로부터의 독립

바람 부는 모양새가 심상치가 않다.

시월을 건너뛰어 십일월의 끝에 이른 듯

찬 기운을 남발하며 굵기를 굳세게 무장한다.

우수수 소리를 내며 나뭇잎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섬뜩한 추위를 시월의 막바지로

미리 보내고 있는 겨울을 영접한다.

급히 꺼내 입고 나온 외투 깃을 여미며 몸을 사린다.

색색이 그리움을 물들인 단잎들에 정신을 팔고

우수에 젖어 사색에 빠져볼 만한 낭만의 가을은

앚혀지고 있는 계절의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곧 나뭇잎은 낙엽이 되어 바람으로부터

흔들려야 할 운명에서 독립이 되고야 말 것이다.

낙엽의 잎맥마다 새겨진 독립선언서를 읽으며

나도 짧아져 버린 가을만큼 가을이라고 저장해 둔 추억들이

저절로 사라지도록 놓아주어야 할까 싶다.

세상 사는 이치 중에는 구멍이 뚫려있더라도

애써서 메울 필요가 없을 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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