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레시아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라플레시아


준비를 시작해서 꽃을 맺을 때까지

수개월의 인내를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오직 꽃을 피우기 위해서 모든 열정을 집중해야 하므로

잎과 줄기를 가질 여유가 없다.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모범답안을

유전자에 품고 있는 것이다.

벌나비를 불러들이려는 꽃들과는

태생부터 달라서 냄새는 향기롭지 않다.

지독하게 역한 냄새로 파리를 불러들인다.

히비스커스처럼 정열적으로 아름답지도 않다.

거대한 몸집이 괴기스러운 아름다움이다.

피기 시작해서 지는 일주일을 위하여

라플레시아는 열대의 숲을 뒤흔들 뿐이다.

묵묵히 참고 의연하게 목적지를 향해 길을 열어가는

라플레시아처럼 은퇴의 시점을 통과해 나가는 지금이

나만의 이정표를 다시 세워야 할 적기임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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