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잔설이 내리는 날엔
맡겨진 모든 것들로부터 비껴 서 있고 싶다.
지속해야만 하는 관계의 약속으로부터도,
사람으로서 라는 당위의 기준을 지켜가기 위해
달고 다니는 도덕 혹은 미덕의 굴레로부터도.
그러므로 해내고 말아야지 했던 그날의 다짐에 대하여
미뤄도 될지 망설임과 나아감의 기로에서도 엉거주춤함을 버리고
거리낌에 시달리기를 그만둔 채 과단하게 외면하고 싶어진다.
눈발이 잘게 부서지는 날이면
눈인지 그냥 지나가는 바람알갱이의 희뜩거림인지
애를 써서 분간하려 할 필요 없다.
급격하게 냉담해진 공기가 얼어내리는 이유처럼
흔들림에 익숙한 마음의 떨림들을
샐 수없이 많은 잔 알갱이로 단련해내고 싶은 것이다.
잔설이 내리는 날엔
지고 왔거나 지고 있어야 할 생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모든 나로부터 독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