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본능대로
요즈음 나를 지배하는 생활태도는 건성건성입니다.
마땅히 긴장감을 조성할 일정이 없기도 하지만
계획을 세우기가 귀찮아졌기 때문일 겁니다.
새벽잠을 떨치고 일어나 아침의 여유를 누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사무실에 출근하고 매일이 다르지 않은
비슷한 업무와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이들과 공유해야 했던
수많은 시간으로부터 놓여놔 지면서 느슨한 일상을 즐기기에 빠져있습니다.
기분이나 몸상태가 허용하는 당분간은
최대한의 게으른 복을 지치지 않고 누려볼까 합니다.
철이 들었다는 것은 본성을 벗어나 이성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철이 드는 순간 이후는 고생길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본능대로의 삶의 방식에서 쫓겨나 이미 굳세게 자리 잡은
제도와 도덕의 틀속에 자발적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철이 난 뒤의 나는 행복을 가장했지만 불행에 가까웠습니다.
직장으로부터 은퇴를 당한 이후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야 말로
행복을 되찾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소박한 깨달음에 도달했습니다.
철없었던 나로 돌아가야겠습니다.
하고 싶으면 거침없이 나서고
싫으면 누가 뭐래도 꿈쩍하지 않을 자유를 복원시켜야겠습니다.
나에게 나는 살아가는 한 우주 최고의 가치여야 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