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맞이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봄비맞이


때를 지켜 내리는 비를 맞이하면서도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3월을 나흘 앞두고 봄맞이 비가 묵직하게 내리고 있다.

해를 보탤수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허풍에 동의할 수가 없어진다.

살아내서 불어난 시간만큼 생애대한 애착이 깊어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생의 막바지로 향하는 길목이 넓어지고 있어서 두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비가 멈추면 깨어날까 말까 생각에 잠겨있던 생명들이 요동을 시작할 것이다.

봄비의 화신이 되어 깨어나는 생명들은

이전의 시간을 떼어내고 새로운 나이를 시작한다.

나에게 늘어나 붙기를 반복하는 나이와는 근원이 달라진다.

일찍 피어버린 홍매와 백매를 영접하고 돌아오는 어제의 오후,

순천의 옥천에서 시작해 벌교시장까지

봄은 이미 나른하게 날개를 펼치고 있음을 훈훈해진 바람으로 알아야 했다.

바람의 온도가 무거워질수록 겨울을 밀어내는

봄비를 불러내고 있음을 느껴도 특별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비가 그치면 땅거죽 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명들처럼

내 속에 꿈틀거리고 있던 새로운 생애대한 웅크림을 꽃망울로 터트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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