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랑은 무화과 꽃처럼

새글 김경진 연애기

by 새글

마지막 사랑은 무화과 꽃처럼


다시 사랑을 하게 되면 설렘이 은근할 줄 알았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 속수무책이 되었다. 쓰나미처럼 밀고 들어오는 감정 앞에서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었다. 첫사랑보다 강렬하고 뜨거웠다. 일주일 내내 단축되지 않는 시간 속을 가슴 졸이며 혼자서 달렸다. 마음은 그녀의 곁에 두고 몸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시간을 살았다. 마침내 만나기로 약속한 토요일, 두 시간이면 달려갈 거리를 참지 못하고 일찍 출발해서 쉬지 않아도 될 휴게소를 두 번이나 들어가 시간을 지체시키며 거리를 좁혀갔다. 약속한 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면 그녀에게 부담을 줄까 봐서 고속도로의 규정속도를 모범적으로 지켰다. 만나면 꼭 하고 싶은 말들을 머릿속에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나 설계를 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반복하고 반복하며 짜 놓은 계획은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그녀 앞에 도착하자마자 단 하나의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래, 나는 본래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직접적인 성향이 나의 본모습이다. 차를 운전하며 옆 자리에 앉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뭉클한 기운이 손바닥을 타고 들어왔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으로 몸의 일부를 사용하는 것이 때로는 수많은 말보다 빠르다. 가만히 마주 잡아주는 그녀의 손을 통해서 운명보다 깊은 숙명을 읽었다. 용기를 쥐어짜서 손을 잡기를 잘했다. 타이밍을 살피다가 머뭇거리기만 했다면 덥석 손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무모한 도전이 필요할 때는 과격해져야 한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가 한결 가까워졌다. 점심을 먹고 한국의 나폴리라는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한 바퀴 돌며 칠산바다를 향해 이제 마지막 사랑을 시작한다고 응원해달라고 속말을 했다. 연무가 짙어 수평선을 볼 수는 없었지만 수평선보다 넓은 세상이 옆에 앉아서 손을 잡아주고 있어 가슴은 차오를 대로 찼다. 무화과는 꽃이 없다는 오해를 받는다. 껍질처럼 과육을 감싸고 있는 것은 실상 꽃받침이다. 꽃받침을 벗겨내면 붉은 융털처럼 보이는 것이 다 꽃이다. 붉디붉은 수많은 꽃을 꽃받침 안에 피우는 무화과 꽃처럼 마지막 사랑은 보이는 외면보다는 내면을 열렬히 불태워 멈추지 않고 싶다. 그녀와 나의 생애에 마지막 사랑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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