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속도
서로에게 팔불출의 눈깍지가 끼었다. 설렘의 달콤함이 낯설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이미 같은 방을 쓰고 살았던 것처럼 어색함이 없었다. 그녀의 피부는 사과향 같이 새콤했고 입에서는 은은한 장미꽃 향기가 났다. 발그레진 눈두덩에 입을 맞추며 비로소 꿈꾸던 의식에 빠져들어갔다. 그녀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부드럽게 감겨드는 입술과 속절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가슴에서부터 발끝까지. 수없이 많은 날들을 기다리고 찾았던 천상의 배필이라는 것이 더욱더 뚜렷해졌다. 사랑은 마음과 몸이 조화롭게 대화를 멈추지 않아야 완벽해진다. 사랑한다는 소리의 말과 사랑한다는 몸의 말은 따로 일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향해 서로에게 거침없이 뜨거워졌다. 몸 안에 가둬두었던 모든 에너지 기둥이 일시에 폭발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강력한 폭발이 일으킨 기운의 분출이 서로의 몸을 흔적도 없이 산산이 날려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그녀가 발산하는 사랑의 온도에 마음이 벌겋게 익어 갔다. 그녀도 내 가슴에서 발원해 회오리쳐 나가는 폭풍에 휩쓸려 들어왔을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하나로 합치는 날이었다. 영혼이 섞이는 첫날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은 시간과 거리와는 상관이 없다. 첫눈에 반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공을 들여야 생겨나기도 한다. 개인의 특성에 따라서, 상대에 따라서 혹은 환경에 따라서 다양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방법도 다르다. 감정의 표현 방식도 다르다. 사랑은 철저히 개인적 속성에 따라서 각양각색으로 이뤄지고 표출이 된다. 정신적 사랑이냐, 육체적 사랑이냐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어느 한쪽만이 강조된 사랑은 불완전하다. 표현하는 시기와 방법이 균형을 이뤄야 오래 지속된다.
그녀와 만나기 시작한 시간은 짧다. 그러나 서로를 향해 주고받는 마음이 짧지 않다. 너무나 깊어져서 한순간도 머뭇거리고 싶지 않다. 그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마음을 지체시키고 싶지 않다. 첫 만남 이후 이미 그녀는 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의 중심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녀의 마음에도 몸에도 내 영혼이 파고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