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을 짜 놓는 여자
피곤하면 소름이 끼치도록 이를 가는 잠버릇. 이를 악물고 자는 것이 원인이다. 맨 정신으로는 표현하지 못한 응어리를 그렇게 자면서 풀고 있었나 보다. 신경이 쏠리는 일이 있고 나서는 자고 일어나면 어금니가 시리다. 저주를 풀듯 이를 갈았을 것이다. 혼자서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소심한 성격 때문이다. 마우스를 끼고 자보려 했지만 호흡이 불편해 포기했다. 가뜩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데 입에 들어찬 이물감을 극복해낼 수가 없다. 턱이 결린다. 치통이 두통을 불러온다. 이갈이가 복합 장해를 발생시킨다. 나 이외의 사람에게 죄 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고 생기는 전부의 고통을 지고 살아야 하는 멍에는 사양한다. 지나친 희생을 감수하려는 마음도 일종의 질병일 뿐이다. 육체와 정신이 평온하기를 원한다. 이를 맞물고 어긋나게 갈아대는 잠에서 풀려나고 싶다. 빠드득 거리는 소리에 질려서 제풀에 놀라 깨기를 멈추고 싶다. 아내는 언제부턴가 이갈이 소리를 멈추게 하기 위해 선잠을 자고 있는 내 몸을 흔들어 깨우지 않는다. 이가 갈리는 소음과 섬뜩함을 참아준다. 좋지 않은 기분으로 잠자리를 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예비 처방을 한다. 스트레스를 함께 공유하자고 한다. 일부를 털어놓는다. 그러나 속에 쌓인 찌꺼기까지는 긁어내지 못한다. 아내의 잠자리까지 헝클어뜨리고 싶지 않아서다. 몸부림을 친 흔적을 침대에 남겨놓고 일어나 욕실에 가면 칫솔에 치약이 가지런히 짜여 있다. 이빨 사이에 끼어 빠지지 않는 감정의 잔해들을 얼른 칫솔질로 닦아내기를 바라는 아내의 안쓰러움의 표시다. 치약이 칫솔에 짜여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들면 좋겠다. 삶의 무게들에 대범해지도록 애써야 할 나이, 쉬흔 다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