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동진
돌아서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끝내는 돌아오게 된다는 믿음이 가지 않는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래를 쓸고 가는 바람이 거친 날에
다시, 정동진에 섰다.
바다는 그때 그대로 내게 품을 내준다.
가슴에서 해일이 일고 머릿속에서 지진이 일어날 때면
어지럼증을 토해버리기 위해서
열차를 타고 정동진에서 내렸었다.
와락 쏠리는 눈시울이 수평선에만 고정된다.
파도의 장단에 맞춰 심장이 뜨거워진다.
다시라는 말을 앞에 내세운 것이 얼마만인가.
모래사장에 바람이 쓸고 간 결이 파도의 길처럼 생겨난다.
믿음에 들쑤심을 당하고 나서 사람을 놓아준 뒤로
기차표를 사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서 나를 밀어낸 채 자폐의 시간에
스스로 밀폐되어 살아온 시간을 오늘은 바람에게 토해낸다.
정동진이다.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