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마다 시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by 새글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날시예감

시가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짧다고 강렬한 것도 아니다.

이 시는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 드러내고 싶은 의미가

완전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절색의 시다.


이 시 이외에 <담쟁이>이란 시가 도시인의 대표적 절창이다.

그가 왜 정치에 뛰어들어 혼탁 해져버렸는지에 대해서는 논외다.

시인으로서 도종환은 아직도 내 가슴에 풀리지 않는 똬리를 틀고 있으니까.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과 모래도 흔들리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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