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날시예감
시가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짧다고 강렬한 것도 아니다.
이 시는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 드러내고 싶은 의미가
완전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절색의 시다.
이 시 이외에 <담쟁이>이란 시가 도시인의 대표적 절창이다.
그가 왜 정치에 뛰어들어 혼탁 해져버렸는지에 대해서는 논외다.
시인으로서 도종환은 아직도 내 가슴에 풀리지 않는 똬리를 틀고 있으니까.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과 모래도 흔들리며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