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마다 시

하늘우체국

김수우

by 새글

하늘우체국

김수우



시립묘지 납골당 입구 하늘우체국은 열두 달, 가을이다 오늘도 헐렁한
스웨터를 입은 가을이 소인을 찍는 중, 우표 없는 편지들이 시시로 단풍 든
다 몰래 지나는 바람에도 말의 잎새 더미에서 풍기는 젖은 지푸락 냄새,
말의 송아리, 슴벅이며 돌아본다

하늘우체국에서 가장 많은 잎새 말은 '사랑해요'이다 '미안해요'도 가
랑잎 져 걸음마다 밟힌다 '보고 싶어요' '또 올게요'도 넘쳐흘러 하늘이
자꾸 넓어진다 산자에게나 망자에게나 전할 안부는 언제나, 같다, 언제
나, 물기가 돈다

떠난 후에야 말은 보석이 되는가 살아생전 마음껏 쓰지 못한 말들, 살
아 퍼주지 못한 말들, 이제야 물들며 사람들 몸속으로 번진다 가슴 흔
들릴 때마다 영롱해진다 바람 우표 햇살 우표를 달고 허공 속으로 떠내려
가는 잎 새말 하나, '내 맘 알지요', 반짝인다


날시예감

단아한 기품을 가진 전형적인 부산 아지메 시인이다. 본명은 김경복인데, 내 이름과 두 글자가 똑같아서 더 친근감이 드는 시인이다. 누님, 누님 하면서 많은 날들을 함께 보냈었다. <평상> 동인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누님의 방에 모여서 시 합평회를 하고, 누님이 손수 끓여주는 차를 마시면서 때로는 거나하게 술 한잔 하며 취하기도 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사막에 관한 시들을 많이 써서 '사막 시인'이기도 했지만 단아함 만큼 여린 마음을 가진 시인은 참 따스하고 정이 많았다. 동생 시인들을 다 챙겨주며 항상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었다. 내 다섯 번째 시집, 달팽이가 무섭다의 프로필 사진도 직접 찍어주고, 아이들과 함께한 갈대야 너 하늘 청소하고 있지? 의 아이들 프로필 사진도 누님의 작품이다. 사진작가이기도 해서 개인 전시회도 여는 다방면에 재능을 발휘하는 시인이다.


이 시는 합평을 하면서도 동인들이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작품이었다.

누님 잘 지내시지요? 조만간 수소문해서 그 시절 <평상> 동인들 자리 한 번 만들지요.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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