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마다 시

밥 한 번 먹자

함순례

by 새글

밥 한 번 먹자

함순례


네가 차려준 밥상이 아직도 기억에 있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너희 집 앞을 지나다 받았던,

첫 애기 입덧 내내 네가 비벼준 열무비빔밥 간절했어

네 자취방의 아침밥도 잊을 수 없어

내가 차렸다는 어린 날의 밥상들이

이십 년 만에 나간 동창회 자리에 그들먹하니 차려진다

외로우니까 밥을 먹었다

분노와 절망이 바닥을 칠 때도 배가 고팠다

눈물밥을 삼킬 때조차

혀끝을 돌려 맛을 기억했다

밥을 위해 땀을 흘리고

밥을 위해 비겁해지고

밥을 위해 피 흘리며 싸우고

밥을 위해 평화를 기도한 날들

오래된 청동거울 같다

땀을 흘릴 때 누군가 밥을 주었다

비겁해질 때 누군가 고봉밥을 퍼주었다

피 흘리며 싸우고 온 날

휘청거리는 내 손에 쥐어주던 숟가락 있었다

먹어도 물리지 않는 사람의 말

먹고살만해졌다지만

밥 한번 먹자, 는 인사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날시예감

늬도 이젠 오십 줄을 넘어섰구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늘 애달팠던 너의 알싸한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듯하다. 네가 그토록 자주 했던 말, 밥 한 번 먹자, 아직도 정겨운 사람들을 만나면 악수보다도 먼저 그 말을 하고 있겠지.


동인들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해 주면서도 늘 넉넉했던 그 시절의 네가 문득 생각난다. 열이와 나, 그리고 너 삼총사처럼 늘 뭉쳐서 다녔었는데, 추억을 집을 때마다 시간이 헛바퀴를 돌아간다. 순례야, 밥 한 번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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