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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17. 2021

가장 가벼운 짐

유용주

가장 가벼운 짐  

유용주



잠 속에서도 시 쓰는 일보다

등짐 지는 모습이 더 많아

밤새 꿈이 끙끙 앓는다

어제는 의료원 영안실에서 세 구의 시체가 

통곡 속에 실려 나갔고

산부인과에선 다섯 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햇발 많이 받고 잎이 넓어지는 만큼

새의 그늘은 깊어만 가는데

일생 동안 목수들이 져 나른 목재는,

삶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겨우 자기 키만 한 나무를 짊어지는 것으로

그들의 노동은 싱겁게 끝나고 만다

숨이 끊어진 뒤에도 관을 짊어지고 가는 목수들,

어깨가 약간 뒤틀어진 사람들



날시예감

유용주 시인은 노동현장에서 직접 목수일을 하면서 시를 쓰는 노동자 시인이었다.

지금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그래서 그의 시는 노동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노동은 신성하기도 하지만 살아가야 한다면 질기게도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이다.

숨이 끊어져도 관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게 가장 가벼운 짐이라고? 잘 만들어낸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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