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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19. 2021

함민복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날시예감

꽃을 보면서 경계를 생각해내는 시인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아름다워하며 코를 벌름거리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꽃에 대한 동경일진대,

시인은 어떤 상처들이 많아서, 어떤 벽에 둘러싸여 살아서

모든 꽃은 경계에 핀다고 말하는가.


내 안의 경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 세상과 나와의 경계

꽃이 시들어야 그 경계가 무너진다는 시인에게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대의 경계도 언젠가는 아름다워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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