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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날마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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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20. 2021

커다란플라타너스앞에서

김기택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에서

김기택


덤프트럭 앞에서 짐자전거가 앞만 보며 달린다

갓길 없는 좁은 이차선 도로

아무리 빠르게 페달을 밟아도

느릿느릿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

사지 아가리 같은 경적이 쩌렁쩌렁 울며 뒷바퀴를 물어도

헛바퀴만 돌리며

아직도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을 지나가고 있는 자전거 

자전거를 삼킬 듯 트럭은 꽁무니에 붙어서 오고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 줄에 달고 가듯 바퀴는 한적하고

발과 페달은 자전거 바퀴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날시예감

한 편의 느릿한 동영상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드는 시다.

묘사를 잘 이뤄놓아 한 편의 시를 눈으로 볼 수 있게 그려놓았다.

길을 가다가 혹은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가끔씩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그림이 시가 되는 것은 보고 묘사하는 눈의 차이다.

트럭을 끌고 가는 자전거, 자전거 바퀴보다 빠르게 발과 페달이 돌아가고

느린 풍경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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