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플라타너스앞에서

김기택

by 새글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에서

김기택


덤프트럭 앞에서 짐자전거가 앞만 보며 달린다

갓길 없는 좁은 이차선 도로

아무리 빠르게 페달을 밟아도

느릿느릿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

사지 아가리 같은 경적이 쩌렁쩌렁 울며 뒷바퀴를 물어도

헛바퀴만 돌리며

아직도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을 지나가고 있는 자전거

자전거를 삼킬 듯 트럭은 꽁무니에 붙어서 오고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 줄에 달고 가듯 바퀴는 한적하고

발과 페달은 자전거 바퀴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날시예감

한 편의 느릿한 동영상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드는 시다.

묘사를 잘 이뤄놓아 한 편의 시를 눈으로 볼 수 있게 그려놓았다.

길을 가다가 혹은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가끔씩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그림이 시가 되는 것은 보고 묘사하는 눈의 차이다.

트럭을 끌고 가는 자전거, 자전거 바퀴보다 빠르게 발과 페달이 돌아가고

느린 풍경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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