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겨울 강가에서
김경미
눈과 함께 쏟아지는
저 송곳니들의 말을 잘 들어두거라 딸아
언 강 밑을 흐르며
모진 바위 뒹굴리는 저 물살도
네 가슴 가장 여린 살결에
깊이 옮겨두거라
손발 없는 물고기들이
지느러미 하나로도 어떻게 길을 내는지
딸아 기다림은 이제 행복이 아니니
오지 않는 것은
가서 가져와야 하고
빼앗긴 것들이 제 발로 돌아오는 법이란 없으니
네가 몸소 가지러 갈 때
이 세상에
닿지 않는 곳이란 없으리
날시예감
딸에게 전하는 삶의 부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자기 자신을
단근질 하는 다짐 같은 것일까.
스스로 알아가야 하고 헤쳐가야 하고 맞이해야 하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이지.
마음에 몸에 가슴에 깊이 새겨 넣어야 할 것이 많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