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찬
폭탄주
송종찬
한 생이 또 한 생을
받아들이는 것은
섞이지 못하는 맥주와
양주처럼 처연하여
오늘 밤
건너가고 싶네
가슴속에 불을 질러
한 생이 또 한 생에
잠긴다는 것은
상처 속에 다시
상처를 내는 것 같아
오늘 밤
잊어버리고 싶네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위벽이 타는 폐허의 잿더미
너와 나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날시예감
폭탄주는 서로 잘 섞이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되어야 제 맛이다.
사람이란 본성적으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섞이고 싶어 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래도 혼자를 이겨낼 수 없다면, 외로움의 병을 털어낼 수 없다면
너에게 섞이고 싶다. 경계를 넘어 몸이며 맘이며...
종찬, 세월이 참 빨리도 지나가 버렸네 그려.
강진 마량포구의 비 오는 날의 추억도, 테헤란로의 불콰한 시간도
우리의 작은 역사 속으로 시처럼 무너져버린 게 아닌가.
오십이 다 되어서 삼십 대의 팔팔한 추억이나 곱씹네 그려.
폭탄주처럼 잘 섞여 살고 있겠지? 나도 그러려고 용께나 쓰고 산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