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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l 01. 2021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날시예감

서른아홉이란 짧은 삶을 불꽃처럼 살다가 요절한 천재 시인.

한국 현대시의 큰 산맥을 이뤄놓고 민족시인이 되었지만

온몸으로 아파하며 살았을 시인을 생각하면 가슴 막막하다.

겉만 화려하고 속 빈 것들에게 시인은 가라고 외친다.

아마도 시인의 절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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