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서종택
평생 한 번도
바람에 거슬러 본 적 없었다
발목이 흙에 붙잡혀
한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했다
눈이 낮아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했다
발바닥 밑 세상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참, 모질게도, 나는 살았다
날시예감
평범해서 모질게 사는 것이다.
부르면 불려 가고 내치면 물러나며 나아가고 물러남이
내 맘대로 다 되는 세상이 아니어서
흐름을 타며 사는 것이 평범이다.
평생 이름 한 번 화려할 일이 없지만 이름 없어질 수도 없다.
그러나 어디 평범하지 않게 살아보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으랴.
수없는 망설임과 주절거림으로 빛나는 삶의 거친 세상으로 뛰어들고픈 마음을
주저앉히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역시나 평범해서 모진 생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