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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l 09. 2021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 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 끝 낙숫물 소리

잎 진 저문 날의 가을 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이 산중, 아침이면 봄비를 맞은 꽃들 한창이겠다


하릴없다

지는 줄 알면서도 꽃들 피어난다

어쩌라, 목숨 지기 전엔 이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

그리움 남아 있는데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너에게, 쓴다  



날시예감

봄인데도 가을 숲 같이 피었다 진다.

꽃들은 질 줄 알면서도 피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다.

나도 꽃처럼 피고 지고 있다.

그러나 목숨 다 하기 전까지는 절절한 그리움이 남아

멀리에서도 가까이에서도 쓰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는 시인만의 몫이다.

시인은 숙명을 다해 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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