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고사포 앞바다
김용택
사랑도 이만큼 붉으면 지리
선운사에 가서 동백꽃을 보고 온 사람아
그대가 그리워서
견딜 수 없을 때
붉게 터지는 것이
선운사 동백꽃이냐
그대가 보고 싶어
참다가 참다가 참을 수 없어서
뚝 떨어지는 것이
선운사의 동백꽃이더냐
변산반도를 다 돌아다니다가
고사포 앞바다 하얀 모래밭으로 달려와서
소리도 없이 잦아지는 파도야
수평선 끝에서 지금 떨어지는
붉은 저것이 시방
네 몸이냐
내 몸이냐
선운사의 동백꽃이다냐
날시예감
선운사는 사연이 많은 곳이다. 미당의 사연들이 발화된 곳이어서일까.
시인들,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의 성지와도 같다.
상사화가 뜨겁게 울며 피고,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환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단풍터널이 어우러지고 낙조대에 오르면 서해 용궁이 통째로 떠오르는 듯
불타는 석양이 눈 벌겋게 뛰게 만든다.
그러나 선운사가 선운사이게 만들어주는 것은 따로 있다.
병풍처럼 경내를 둘러싸고 붉은 심장처럼 피었다 뚝, 뚝 떨어지는 눈물꽃.
동백이다.올봄엔 그 처절하게 붉은 동백 앞에 서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