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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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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고독의 힘

-원재훈


지오노의 말, "나는 이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저것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행복하다. 내게 이것은 없다. 그리고 저것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행복하다."


<당신이 고독하다면 , 그것은 당신의 정신이 자유로운 상태라는 걸 의미한다. 고독이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작가의 서재처럼, 화가의 화실처럼, 열심히 일하는 기술자들의 땀내 나는 작업장이나 졸음을 견디며 공부에 매달리는 학생의 공부방처럼, 자신만의 치열한 내면 공간을 만들기 바란다.>


고독의 방을 만들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면 불행하다는 작가의 말에서 나는 어떤 크기의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고독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무한한 자유와 사색을 통한 자신의 발견의 시작이라는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


혼자만이 오래 걸을 수 있는 길,

혼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

혼자서 오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의 길.

혼자만의 고독한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책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고독의 힘에 빨려 들어간다. 고독해서 고독을 바탕 삼아 일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뭇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고독해야 외로움을 잘 견뎌낼 수 있고 고독을 승화해야 자신을 잘 지탱할 수 있다는데도 동감한다.


철저한 자기만의 세상을 가진 사람들의 투쟁이 승리할 때 그 결과물들이 대단한 가치와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런 어마한 창작물도 철학적 대오각성도 꿈꾸지 않고 그저 삶의 순간순간을 타 넘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고독은 지독한 병 임도 간과할 수는 없다.


모두가 고독에서 힘을 찾아낼 수는 없다. 준비하고 이겨내려고 혼을 팔 수는 없지 않은가. 고독은 그저 전쟁이다.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던 행복도 사랑도 우정도 다 전쟁이다. 그래서 전쟁은 고독하다. 나는 여전히 그래서 고독과 대치중이다.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적응할 뿐이다.


'고독하다. 그 고독을 마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고독한 사람이 가장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잊어버리고 있었던 <고독>이란 단어를 접한 시간이었다. 고독은 청춘의 방황하는 시절에 자주 주절거렸던 언어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독이란 세계에 접어들려고 노력하지도 못하고 살아왔고 고독 속에 있으면서도 애써 그렇지 않다고 거부하면서 지내왔다. 고독은 그저 불편한 침묵이라고 치부해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일상이 고독한 상태였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도 늘 고독이란 항아리 속에 갇혀서 살아왔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매번 시달리던 불면의 밤도 결국은 고독의 몸부림이었고 말을 하면서 그 말속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일도 고독스러운 몸부림이었다. 아, 고독스럽다는 말이 어패가 있을지라도 오늘은 그런 상태가 오래갈 것 같은 불길함에 빠진다. 책에서처럼 고독해서 거창한 일을 해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고독에 직면한 침묵상태가 행복이라고 역설적으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글을 쓰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무엇인가 나를 위한 자각들이 부족하다는 미진함에 빠져 있는 것 자체가 내게는 고독인 것이었다. 고독스럽게 고독하고 싶다.


사랑법

-고독의 힘 중에서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는 대부분 상대방이 처한 형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고독에 대처하는 남녀 간의 방법이 다른데,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들었다가는 더 큰 다툼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사랑이 원만히 진행되기를 원한다면,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상대와의 간격을 적당히 유지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감 놔라 배 놔라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밤이나 낮이나 붙어 있으려고 하면 상대에게 질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찾아오는 것은 쓰디쓴 파국뿐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과 사소한 다툼이 잦다면 서로에게 고독의 시간을 주지 않은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고 노래한 시인처럼,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공간을 유지하며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 사랑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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