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열다

남자란 무엇인가

책을 열다

by 새글

남자란 무엇인가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간 시간이 언제였는가,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처음 읽다가 말고 중간중간을 펴서 읽다가 덮고 끝부분을 죽 훑어보는 것으로 다 읽은 채를 하고... 요즘 직장생활을 하는 남자들이 책 읽기에 두려운 시간을 살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료들의 추월을 지켜봐야 하고 상사의 눈치를 슬금슬금 봐야 하며 기죽어 사는 시간들이 많아지는 현실 속에서 마음을 살찌운다고 책을 읽을 여유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어디 직장에서의 시간만 그런가. 집에 들어가서도 긴장은 놓을 수가 없다. 아내의 눈치에 적응해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진정성이 떨어진 관심척질을 의무나 되는 양 저질러야 된다. 주말이면 운전대를 잡고 원하지 않는 장소에 나들이를 가야 하고 거나하게 차린 외식상에 값진 값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 현재를 잘 살아갈 수 있는 가장의 역할로 공고화 되어버린 것이 요즘 중년 남자의 새삼스럽지도 않은 흔한 삶이다. 일요일 아침에 분리수거장에 비닐과 플라스틱과 유리병과 종이와 캔을 따로 담아 버리는 사람의 성별은 열에 아홉이 남자다. 그 옆 음식물쓰레기 분리장에도 마찬가지다. 지혜롭게 살기 위한 발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남자가 권위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런 단언을 성을 통해서 자주 비유해낸다. 오늘날의 남자의 삶은 권위적이지도 못하다. 특히나 나이가 들어가 중년을 넘어선 남자는 권위라는 단어에서 아예 물러나 앉는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남자가 사는 일은 특히나 더 고역스러운 일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가정에서의 가부장적 지위는 오래전에 사라졌고 가정 밖에서는 이리저리 눈치나 보며 손바닥을 비비며 살아내야 하는 천덕꾸러기다. 물론 모든 남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게 중에는 자기 분수인지 아니면 분수도 모르는 것인지 집안에서도 여전히 떵떵거리며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회에서는 번듯하게 성공해 층층이 아랫사람을 거느리고 권력과 경제적 부를 마음껏 부리며 사는 남자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깨가 처지고 가슴이 오므라든 채 기죽어 산다.


남자란 무엇인가.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

모든 사소한 것들로부터도 자신의 존재가 존재 다움으로 받아들여 지기를 바라는 존재.

나약함을 병적으로 싫어하고 강인해야 한다는 마약에 중독된 존재.

별것도 없으면서 허풍을 떨어대며 그 허풍이 사실인 것처럼 스스로 마취가 되어가는 존재.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오늘날의 남자란 이런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일관되게 성적인 에너지의 추구가 남자를 남자답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남자가 성욕이 사라지면 남자로서의 남성성을 상실하는 것은 사실이다. 문지방을 넘을 기운만 있어도 남자는 섹스를 할 수 있다고 남자의 성적 관심을 희화해 말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남자라면 이러한 견해에 거의 모두가 동의할 것 같다. 새벽에 축쳐저 발기가 되지도 않는 성기를 보게 된다면 그 참담함으로 이불속에서 나오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법이다. 성에너지가 남자에게는 생명유지와 생명창조의 원초적 힘이라는 것은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여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을 사는 남자들의 고민과 처지에 공감을 한다. 그러나 남자란 무엇인가를 넘어서 남자로 살아가기 위한 지침이 제시되지 않아서 그저 공감함에 만족해야 함이 아쉽기도 하다. 게다가 이 책으로 말미암아 저자는 남성 편향적 여성비하라는 올가미에 걸리게 되어 공직후보 청문회에서 좌초되는 것을 나중에 지켜보게 되었다. 글은 책으로 남겨지면 사라지지 않는다. 글에는 그 사람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다. 함부로 조화되지 않은 글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차분히 책장을 넘기면서 그렇지... 그렇구나 남자라 살이가 팍팍하구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남자라는 이유로 충분히 읽고 자신의 현재 삶의 상태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물론 남자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고자 하는 여자들에게는 더없이 남자를 잘 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이도 한다. 문득 아랫배에 힘을 주다가 피식 헛웃음을 지어본다.


<이 글은 홍익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읽은 소감을 기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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