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습관 중독
바꿈이 잘 되지 않는다. 습관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좋은 습관이야 바꿀 이유가 없겠지만 고침을 해야 하는 습관까지도 생살을 도려내야 하는 것처럼 꺼려진다. 습관 중독이다.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을 미리 생각해놓았지만 시작하고 나서면 익숙한 방향으로 자꾸 기울어 간다. 습관이란 편안함을 주는 마약과도 같다. 습관을 버리는 것은 삶을 혁명시키는 것이다. 몸에 베인 행동을 버려야 한다. 마음에 박힌 생각을 바꿔야 한다. 변신에는 저항이 따라온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약에만 중독되는 것이 아니다. 삶의 방식, 생각의 방식에도 중독이 된다.
아침마다 같은 길을 걸어 사무실로 향하던 식상함에서 벗어나 가보지 않았던 길로 접어들었다. 한꺼번에 바꿈을 크게 해서 전혀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혼돈을 경험하기는 싫다. 이전의 나는 이다음의 나와 다르지 않다. 생활의 작은 부분들을 전환시키면서 앞으로의 나를 조금은 개선하는 것으로 족할 생각이다. 급격한 변화를 고집하다 내가 내가 아닌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중독되어 있는 습관이 나를 표현하는 개성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불편과 거북함이 지속되고 있는 습관이라면 방향 전환을 시도할 수준의 중독성 해소를 시도해야겠다.
이팝꽃이 아카시아꽃과 어우러지며 향기를 구분할 수 없이 점령을 하고 있는 길을 걷는다. 미스김 라일락이 4월을 넘기지 못하고 진 자리를 서양수수꽃다리가 더 진한 향기로 5월을 홀리고 있다. 낮은 담장에 꽃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덩굴장미 줄기가 휘청인다. 샤스타데이지가 금계국과 혼성으로 쾌청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다. 5월의 향기에 중독되는 것은 여전히 최고의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