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잘 키우는 여자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나무를 잘 키우는 여자


여자는 처음엔 나무의 이름도 물주는 주기도 알려하지 않았다. 이름을 알려주고 잎의 효능을 말해주자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까지만 했다. 그라비올라는 외로움에 익숙한 나를 15년 동안 지켜줬다고 말해줬다. 몬스테라는 어린 화분을 가져와 다섯 해를 함께하고 있다고 일러줬다. 고무나무는 몇 번을 죽다 살아나면서 죽을 것 같던 고역을 버티게 해 준 동반자라고 기억시켜줬다. 나와 연결된 의미를 이해했다는 듯 여자는 나뭇잎을 깨끗한 면포로 닦아 주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가졌다. 흥얼거리며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하고 화원에 다녀오는 횟수가 늘어갔다. 때에 맞춰 물을 주고 가지를 정리해 모양을 가꿔가며 음지와 양지에 나무를 배치했다. 어느 화창한 날에는 뱅갈고무나무가 새로 들어왔다. 가는 비가 오는 날에 외출했다 귀가하는 팔에 호야덩굴 화분이 따라왔고 꽃기린도 애니시다도 아래카야자도 뒤를 따라왔다. 마지막으로 구아바나무가 들어오면서 거실 화원이 완성되었다. 얼마나 더 나무 식구들이 늘어갈지 속단할 수가 없다. 여자가 내가 지키고 있는 사랑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모두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라 짐작한다. 나무를 키우는 것은 내가 지나온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함께라는 연결의미를 만들어가고 싶음이리라. 아침에 일어나면 잎을 쓰다듬으며 나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여자의 목청이 달콤하다. 잎들이 윤기가 난다. 제 시간을 지키며 꽃을 피운다. 나무궁전이 된 실내가 풍성하다. 무엇보다 우선해 지켜주어야 할 노래하는 나무가 곁에서 크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이 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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