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금대리에서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길어진 계곡에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만 있다. 피라미들이 물 위에 무리를 지어 누워있는 아카시아꽃 사이를 바삐 건드리고 다닌다. 윤슬을 뚫지 못한 산바람이 피라미의 유영을 방치하듯 잔물살을 일으킨다. 흐름을 중지한 금대리 계곡이 권태롭다. 나는 무엇을 건드리며 살고 있는 걸까. 새로운 관계를 잇는 것이 두렵다. 나에게 향하는 간헐적인 관심이 무섭다.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욕구가 줄어들었다. 나태가 습성이 된 것인가. 속절없이 건조한 정신에 시간이 고여 흐름을 멈추고 있지는 않는가. 치악산 그림자를 품고 있는 수면에 넋두리를 포개 놓는다. 피라미 한 마리가 물표면을 뚫고 솟구친다. 느긋한 세계의 고요를 흔든다. 은빛 비늘의 비상이 잠시의 멈춤은 중단을 뜻하지 않아야 한다고 일깨운다. 흐름을 놓치고 살면 안 된다고 나를 타이른다. 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계곡의 물처럼 언제든 흐름을 시작할 태세를 발산하고 있어야 할 때다. 손에 닿는 물기운이 서늘하게 정신을 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