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추억을 추적하다
그렇다고 느끼기만 하기에는 십일월의 하늘은 지루하다.
흐림을 반복하다 안개가 자욱한 날씨가 시간을 잡고 있다.
눈이 올 것 같지만 첫눈이 오기에는 기온이 맞지 않는다.
추워져야 하는데 봄바람처럼 훈풍이 분다.
그렇게 붉은 애기동백이 피고 지기를 시작한
십일월의 한가운데를 나는 걷는다.
보내야 할 이들을 보내주는 십일월이었다.
만나야 할 이들을 만나게 해 준 십일월이었다.
보기만 해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 추억을 쓰다듬듯
애기동백꽃을 검지 손가락 끝으로 건드려 본다.
잊을만해진 사람을 다시 소환해냈다가
사소해져 버린 기억을 붉어진 눈시울 뒤로 밀어내고
소중해져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가슴속으로 불러낸다.
흩어져있는 꽃잎이 삶과 죽음을 경계 짓는
몽환의 시간으로 들어서게 하는 나무 아래를 따라
푸른 잎들마다 각인되어 있는 추억을 추적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