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었다
싸락눈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리는 폼세가 그렇지 않아서 예단할 수 없는
생의 시간과 닮아서 놀랐다.
창틀에 쌓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바닥을 넓게 덮었다는 알림을 주는 것이었다.
유리를 얼리고 있는 찬바람이 대수롭지 않았다.
털옷을 걸치고 창가에 서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움츠린 어깨와
눈을 이고 있는 주차장의 차들이
처해있는 처지를 달리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지고 있는 어깨와 이마의 무게와도 같았다.
새롬으로 맞아야 할 첫눈을
나는 겨울이 혼신을 다해 겨울 다워지려는
마지막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괜찮을 거라는 위로를 억지로 만들어 내며
되풀이하는 애증을 끝내고
아프면 아픈 대로, 거추장스러우면 거세게
털어내야 한다는 용기를 불러내고 있어야 했다.
지금 거침이 없이 세상을 덮어 내리는 눈은
너를 잊겠다는 약속이 이미 유효하지 못하다는
한계를 되새기게 하는 첫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