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환혼


폭설경보 계급장을 부여받은 한파를 따라 내리는 눈은

며칠째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러려니, 올 때가 됐으니 오면 되겠다 했다.

갈 때가 됐다고 가버린 사람처럼 오다 오다 다하면

지맘대로 또 훌쩍 가겠지 했다.

뽀득뽀득 바닥을 덮고 있는 애증을 밟아대는

운동화 끈을 내려다보며 가로등 빛이 반사되는 밤을 걸었다.

흰빛이 절정을 넘어서면 푸르스름해지는

빛의 역설이 경이로운 것처럼 새겨진 발자국 뒤꿈치를 따라서

그때가 환각처럼 되풀이되지 않을까 믿어지는 것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아련함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십이월 마지막 함박눈을 무작정 받는 마음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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