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매화처럼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조매화처럼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뻣뻣해지는 날들을 오래도록 살았습니다. 글을 쓰지 않아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즈음은 몸이 뻣뻣해지고 있습니다. 맹추위가 잦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투를 하나 걸치는 정도로 목도리와 장갑이 없이도 견딜만해졌습니다. 살다 보니 살아지는 날이 온 것입니다. 냉기를 품은 바람이 서슬을 세우고 세차게 불고 있지만 얇은 나뭇가지에 봄을 불어넣고 있음을 압니다. 일찍 꽃을 피운 홍매화가 눈꽃을 꽃잎 위에 겹으로 피우고 있습니다. 별꽃과 봄까치꽃이 가장 낮은 자세로 언 땅 위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겨울은 그렇게 불현듯 이별을 고할 것입니다. 등에 지고 살아야겠다고 수용을 한 이별들과 나도 그렇게 시나브로 갈라서고 있는 것입니다. 애쓰며 일부러 백지와 연필을 품고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무턱대로 빠져들던 그리움의 정도가 줄어들어갑니다. 중첩된 이별이 불어넣은 가슴의 냉기가 조매화처럼 붉게 피었다 툭, 떨어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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